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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바로수술과 고개바로필러
CHANSEO KIM, 2024
만약에 노동을 하지 않았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많은 시간을 노동에 쓰는 사람들은 그 흔적이 몸에 남기 마련이다. 2024년 지금은 많은 노동자들이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증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대 노동자를 나타내는 외적 요소가 된 지 오래다. 하루에 모니터를 8시간 넘게 보는 라이프 스타일은 초원을 뛰어다니던 우리의 조상 인류로부터 물려받은 몸에는 걸맞지 않다. 그렇다면 모니터만 쳐다보는 우리가 조상 인류가 된 먼 미래에는, 그때의 인류는 어떤 모습일까?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가 유전자에 각인된 인류는 말 그대로 기운 목과 굽은 어깨를 가지게 되었다. 단, 노동자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화를 이룩하기 위해 열심히 노동하던 노동자들은 역설적으로 영원히 노동 계급에 갇혀버렸고, 이들은 착취 계급과 유전적으로 분리되어 ‘Laboroid’라는 노동 인종으로 진화하였다. 모니터를 하루에 12시간씩 들여다보며 열심히 노동하던 Laboroid들은 곧은 목과 어깨를 가진 ‘Richoid’, 즉 착취 인종을 선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선망은 결국 멀쩡한 뼈를 깎고 이물질을 피부밑에 삽입하는 성형 수술을 대히트시킨다. 이 수술의 대외적 명칭은 “어깨바로수술”과 “고개바로필러”. 어깨바로수술의 의학 용어는 “costoplasty”. ‘costo-’는 늑골, ‘plasty’는 성형을 의미한다. 즉 갈비뼈를 성형하는 수술이라는 뜻이다. 등 쪽 척추와 연결된 갈비뼈를 첨단 레이저로 절골하여 다시 접합한다. 이에 따라 피술자는 늑골과 연결된 어깨가 펴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고개바로필러의 의학 용어는 “occipital lift”. 뒤통수를 의미하는 ‘occipital’과 올림시술을 의미하는 ‘lift’에서 알 수 있듯, 뒤통수에 보형제를 삽입해 봉긋한 모양을 만드는 수술이다. 처음 수술이 등장했을 때는 충분한 자금을 모은 장년층 퇴직자, 혹은 파이어족이 주로 받았다. 그러나 점점 수술이 보급되며 아직 노동해야 하지만 Richoid를 선망하는 청년층, 심지어 10대 청소년이 받기도 하며 점차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 책상은 그 수술의 권위자인 의사의 책상이다. 환자로부터 깎아낸 늑골을 자랑스레 전시한 이 의사의 연봉은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가운의 핏이 특이하다. 의사라는 직업 역시 노동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나 보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