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of each work are owned by each student.
Project space
GWANWOO LIM, 2026
What if I have to pay for my own space?
“Das pathos der Distanz (거리의 파토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이 용어는 직역하자면 ‘거리를 두고자 하는 열정’을 뜻한다. 즉, “나는 저들과는 다르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인과 거리를 둠으로써 탁월한 존재가 되려는 의지다. 그리고 2070년의 서울에서 이 철학적 수사는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상대방과의 물리적 거리는 곧 내 우월함과 부를 증명하는 절대적인 척도가 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전 세계의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자, 수많은 기후 난민이 거점 메가시티인 서울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결과 2070년 서울의 인구 밀도는 2026년 대비 4배 이상 폭증했다. 출퇴근길이나 번화가에서는 과거 이태원 참사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압사 사고가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타인과 살갗이 닿는 행위 자체에 극심한 혐오와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군중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 절실해진 가운데, ‘프로젝트 스페이스(Project space)’가 등장했다.
대한민국의 과학자 신 박사는 강한 충격을 받을수록 단단해지는 비뉴턴 유체의 성질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이 원리를 기체에 적용하여, 타인이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해 물리적 압력이 가해지면 순간적으로 주변의 공기를 투명한 벽처럼 경화시켜 상대를 튕겨내는 웨어러블 역장 장치를 개발해 냈다.
신 박사는 이 기술이 밀집된 도시에서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공공재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술은 곧 거대 민간 기업의 손에 넘어가 독점되었다. 기업은 사람의 생존 본능을 인질로 삼아 ‘거리’를 상품화했다. 지불하는 구독료의 등급에 따라 장치가 밀어내는 반경은 철저히 차등 적용되었다. 누군가는 타인의 체온이 닿기 직전인 단 5cm의 방어막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붓지만, 최상류층은 반경 3m의 거대한 무형의 공간을 확보한 채 쾌적하게 군중을 가르며 걷는다. 나와 타인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의 부유함을 증명하게 되는 세상, ‘거리의 파토스’는 그렇게 잔혹한 물리적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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